[취재후] 지적장애인 가입시킨 보험 78개 ‘환급’ 결정…“재수사 명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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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최고관리자 작성일 20-10-07 11:36 조회 1,320회 댓글 0건본문
[취재후] 지적장애인 가입시킨 보험 78개 ‘환급’ 결정…“재수사 명령”
입력 2020.05.14 (15:31)수정 2020.05.14 (15:32)취재후
5년간 가입한 보험이 78개, 납부한 보험료 액수는 1억 5천만 원이 넘습니다. 이해하기 힘들 정도로 많은 보험에 가입한 사람은 '사회연령' 10세 수준의 경도 지적장애가 있는 49살 이 모 씨입니다.
[연관기사] 지적장애인에 보험 78개 가입시킨 설계사 “불기소?” (2020.04.06. KBS1TV 뉴스9)
KBS는 지난달 보험설계사 김 모 씨의 권유로 보험 수십 개를 가입한 이 씨의 사연을 보도했습니다. 중복되는 것도 부지기수였는데 일부 보험은 보험설계사가 대필로 서명하고, 이 씨와 일면식도 없는 자신의 지인과 딸 친구를 피보험자로 등록시키기도 했습니다. 이를 통해 보험설계사 김 씨가 챙긴 수당은 4,900만 원입니다.
보도 이후 많은 시청자가 분노했습니다. 청와대 게시판에는 처벌을 요구하는 청원이 올라왔고, 보험 관련 협회와 장애인권익 옹호 기관 등에서는 법률 자문을 해주겠다고 연락이 왔습니다.
이 씨와 직장 동료들은 이런 도움에 힘을 얻어 다시 수사를 요청하고, 환급받을 때까지 보험사를 설득하겠다고 밝혔습니다. 보도 이후 한 달 넘게 지난 지금 이 씨의 사정은 나아졌을까요?
'증거불충분'으로 불기소 처분→ 검찰 "재수사 결정”
애초 이 씨와 직장 동료들은 보도되기 전 경찰에 고소했고, 경찰도 기소 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했습니다. 하지만 당시 검찰의 판단은 달랐습니다. 증거가 불충분하다며 보험설계사 김 씨를 기소하지 않았습니다. 가짜 아내를 등록시킨 부분에 대해서만 800만 원의 약식명령을 내렸을 뿐입니다. 이 씨와 직장 동료들이 억울하다며 언론에 문을 두드린 이유입니다.
보도 이후, 이 씨와 직장 동료들은 변호사를 선임해 검찰에 다시 수사를 해 달라며 항고했습니다. 그리고 몇 주 뒤 검찰은 재수사를 하라는 '재기수사명령'을 내렸습니다. 이는 기존 검찰 수사 과정에서 미진한 부분이 있어 다시 조사하라는 지시입니다.
항고사건처분결과증명서. 처분에 '재기수사명령’이라고 적혀있다.
경도 지적장애를 가진 이 씨를 대신해 이 모든 과정을 도와준 직장 동료는 "많은 분이 도와줘서 항고를 잘 준비할 수 있었고, 검찰에서도 재수사를 결정해 다행이라 생각한다"면서도 "이제 다시 수사가 진행된 것일 뿐 처벌 결정이 난 것도 아니고, 앞으로 어떻게 판결이 날지 계속 지켜봐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지급 거부하던 보험사 "환급해주겠다"...절반은 입금 완료
가장 중요한 것은 이 씨가 낸 보험료를 돌려받는 것이겠죠, 이 씨가 5년여간 보험설계사 김 씨를 통해 가입한 보험은 모두 78개로 보험사만 19곳에 달합니다. 보도 전 이미 직장 동료들은 보험사에 일일이 연락해 이런 사정을 설명하고, 보험료를 돌려 달라고 요청했습니다. 하지만 보험사들은 '절차상 문제가 없다'는 이유로 한 곳을 제외하고는 모두 환급을 거절했습니다.
이 씨는 재활용품 업체에서 지게차 등을 운전하며, 한 달 250만 원 정도 벌고 있습니다. 이중 월급의 90% 수준인 230만 원 정도를 매달 보험료로 냈으니 가진 돈은 거의 없습니다. 오히려 전세금마저 일부 빼 보험료로 내면서 집을 옮겨야 하는 처지에 놓여있습니다.
보도 이후, 이 씨는 직장 동료 등 주변의 도움으로 금융감독원에 민원을 제기했고, 다행스럽게도 얼마 뒤 긍정적인 답변을 받았습니다.
금융감독원이 민원 신청에 대해 보낸 답변. '납입한 보험료를 반환할 예정'이라고 쓰여있다.
결국 보험사들은 이 씨의 사정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전액 환급하기로 결정했습니다. 보험별로 차례로 환급이 진행돼 오늘(14일) 기준으로 절반 정도가 입금됐습니다. 보험을 해지하면서 받은 금액을 제외하고, 이 씨가 낸 보험료를 전부 받게 된 겁니다.
가족도 없이 혼자 살며, 보험료를 감당하느라 생계마저 유지되지 않은 이 씨는 한때 극단적인 선택을 고민했을 만큼 힘든 시간을 보냈습니다.
하지만 주변에서 이 씨의 사정을 알고, 이런 일을 다시 겪지 않도록 재정 관리를 도와주기로 했습니다. 또, 환급받은 돈으로 새집으로도 옮길 예정입니다.
이 씨와 직장 동료들은 "돈을 돌려받게 돼 정말 감사하다"면서 "이것과 별개로 검찰 수사는 끝까지 진행하겠다"고 전해왔습니다.
이세중 기자 center@kbs.co.kr
입력 2020.05.14 (15:31)수정 2020.05.14 (15:32)취재후
5년간 가입한 보험이 78개, 납부한 보험료 액수는 1억 5천만 원이 넘습니다. 이해하기 힘들 정도로 많은 보험에 가입한 사람은 '사회연령' 10세 수준의 경도 지적장애가 있는 49살 이 모 씨입니다.
[연관기사] 지적장애인에 보험 78개 가입시킨 설계사 “불기소?” (2020.04.06. KBS1TV 뉴스9)
KBS는 지난달 보험설계사 김 모 씨의 권유로 보험 수십 개를 가입한 이 씨의 사연을 보도했습니다. 중복되는 것도 부지기수였는데 일부 보험은 보험설계사가 대필로 서명하고, 이 씨와 일면식도 없는 자신의 지인과 딸 친구를 피보험자로 등록시키기도 했습니다. 이를 통해 보험설계사 김 씨가 챙긴 수당은 4,900만 원입니다.
보도 이후 많은 시청자가 분노했습니다. 청와대 게시판에는 처벌을 요구하는 청원이 올라왔고, 보험 관련 협회와 장애인권익 옹호 기관 등에서는 법률 자문을 해주겠다고 연락이 왔습니다.
이 씨와 직장 동료들은 이런 도움에 힘을 얻어 다시 수사를 요청하고, 환급받을 때까지 보험사를 설득하겠다고 밝혔습니다. 보도 이후 한 달 넘게 지난 지금 이 씨의 사정은 나아졌을까요?
'증거불충분'으로 불기소 처분→ 검찰 "재수사 결정”
애초 이 씨와 직장 동료들은 보도되기 전 경찰에 고소했고, 경찰도 기소 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했습니다. 하지만 당시 검찰의 판단은 달랐습니다. 증거가 불충분하다며 보험설계사 김 씨를 기소하지 않았습니다. 가짜 아내를 등록시킨 부분에 대해서만 800만 원의 약식명령을 내렸을 뿐입니다. 이 씨와 직장 동료들이 억울하다며 언론에 문을 두드린 이유입니다.
보도 이후, 이 씨와 직장 동료들은 변호사를 선임해 검찰에 다시 수사를 해 달라며 항고했습니다. 그리고 몇 주 뒤 검찰은 재수사를 하라는 '재기수사명령'을 내렸습니다. 이는 기존 검찰 수사 과정에서 미진한 부분이 있어 다시 조사하라는 지시입니다.
항고사건처분결과증명서. 처분에 '재기수사명령’이라고 적혀있다.
경도 지적장애를 가진 이 씨를 대신해 이 모든 과정을 도와준 직장 동료는 "많은 분이 도와줘서 항고를 잘 준비할 수 있었고, 검찰에서도 재수사를 결정해 다행이라 생각한다"면서도 "이제 다시 수사가 진행된 것일 뿐 처벌 결정이 난 것도 아니고, 앞으로 어떻게 판결이 날지 계속 지켜봐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지급 거부하던 보험사 "환급해주겠다"...절반은 입금 완료
가장 중요한 것은 이 씨가 낸 보험료를 돌려받는 것이겠죠, 이 씨가 5년여간 보험설계사 김 씨를 통해 가입한 보험은 모두 78개로 보험사만 19곳에 달합니다. 보도 전 이미 직장 동료들은 보험사에 일일이 연락해 이런 사정을 설명하고, 보험료를 돌려 달라고 요청했습니다. 하지만 보험사들은 '절차상 문제가 없다'는 이유로 한 곳을 제외하고는 모두 환급을 거절했습니다.
이 씨는 재활용품 업체에서 지게차 등을 운전하며, 한 달 250만 원 정도 벌고 있습니다. 이중 월급의 90% 수준인 230만 원 정도를 매달 보험료로 냈으니 가진 돈은 거의 없습니다. 오히려 전세금마저 일부 빼 보험료로 내면서 집을 옮겨야 하는 처지에 놓여있습니다.
보도 이후, 이 씨는 직장 동료 등 주변의 도움으로 금융감독원에 민원을 제기했고, 다행스럽게도 얼마 뒤 긍정적인 답변을 받았습니다.
금융감독원이 민원 신청에 대해 보낸 답변. '납입한 보험료를 반환할 예정'이라고 쓰여있다.
결국 보험사들은 이 씨의 사정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전액 환급하기로 결정했습니다. 보험별로 차례로 환급이 진행돼 오늘(14일) 기준으로 절반 정도가 입금됐습니다. 보험을 해지하면서 받은 금액을 제외하고, 이 씨가 낸 보험료를 전부 받게 된 겁니다.
가족도 없이 혼자 살며, 보험료를 감당하느라 생계마저 유지되지 않은 이 씨는 한때 극단적인 선택을 고민했을 만큼 힘든 시간을 보냈습니다.
하지만 주변에서 이 씨의 사정을 알고, 이런 일을 다시 겪지 않도록 재정 관리를 도와주기로 했습니다. 또, 환급받은 돈으로 새집으로도 옮길 예정입니다.
이 씨와 직장 동료들은 "돈을 돌려받게 돼 정말 감사하다"면서 "이것과 별개로 검찰 수사는 끝까지 진행하겠다"고 전해왔습니다.
이세중 기자 center@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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