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진 소리로 구별”…구독자 64만 시각장애 유튜버의 ‘버스 탑승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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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최고관리자 작성일 23-09-12 13:51 조회 422회 댓글 0건본문
통복지 사각지대 시각장애인 이동권
시각장애인들에게 이용하기 가장 어려운 대중교통 수단은 버스다. 2019년 11월 한국시각장애대학생회장이라고 밝힌 시각장애인은 ‘시각장애인도 버스를 탈 수 있게 해주세요’라는 청원을 당시 청와대 국민청원 누리집에 올렸다. 그는 “중도 전맹 시각장애인이 된 후 가장 접근하기 불편했던 것이 대표 이동 수단 중 한 가지인 버스였다. 135명의 시각장애인을 대상으로 진행한 설문조사 중 전맹 시각장애인의 82% 역시 가장 이용하기 어려운 교통수단으로 버스를 꼽았다”고 했다.
지난해 7월 경기연구원이 펴낸 ‘교통복지 사각지대에 방치된 시각장애인 이동편의’ 보고서가 인용한 디지털시각장애연대의 설문조사(장애인 252명 2019년 9~10월 조사. 응답자 가운데 46.5%가 시각장애인) 결과를 봐도 과반수가 가장 불편한 대중교통으로 버스를 꼽았다.
구독자 64만명을 보유한 시각장애 유튜버 ‘원샷한솔’ 김한솔씨가 자신의 유튜브 채널에 최근 올린 버스탑승기 영상에서도 시각장애인이 버스를 이용하는데 겪는 문제들이 고스란히 드러나 관심을 모은다. 버스 노선 번호부터 하차벨 위치까지 확인하는데 어려움을 겪는 시각장애인에게 현재의 버스는 매우 불편한 교통수단이라는 사실이 영상을 통해 드러난다.
큰어머니의 심부름을 위해 케인(시각장애인용 지팡이)을 들고 거리로 나선 김씨의 목적지는 경기도 오산시의 한 전통시장이었다. 경기도 버스를 처음 타봤다는 그는 혼자서 할 수 있는지 보여주는 것이기 때문에 촬영 스태프의 도움을 받지 않고 버스를 타기로 했다. 그는 “버스가 오는 걸 어떻게 아느냐”는 질문에 “버스 소리를 잘 들어야 한다. 버스 엔진 소리는 다르다. 문 열리는 소리가 들리면 비장의 무기 ‘물어보기’를 할 것”이라고 정류장으로 향했다.
정류장에 도착했지만 물어볼 사람도 없어 난감해하던 그는 차가 올 때마다 귀를 기울이며 불안한 자세로 버스를 기다렸다. 곧 버스가 도착했고 김씨는 자신이 시각장애인임을 밝히고 버스 번호를 물었고, 버스 기사는 친절하게 응대했다. 김씨가 하차벨을 누르자, 버스기사는 “천천히 내리세요. 타시는 것도 대단하다”며 김씨의 하차를 지켜봤다.
문제는 버스를 갈아타면서 시작됐다. 점자블록이 없는 거리에서 길을 헤매고, 주변의 도움으로 다시 버스정류장을 찾았다. 도착한 버스는 앞에 선 김씨에게 문을 열지 않고 출발했다. 또 다른 버스는 ‘전통시장을 가는 버스냐’는 김씨의 질문에 부정의 뜻으로 손을 절레절레 흔들었고, 이걸 보지 못한 김씨가 재차 묻자 “안 간다고 하잖아요”라고 언성을 높였다. 버스기사들이 김씨가 시각장애를 가진 것을 인지했는지 여부는 확인되지 않는다. 이후 주변 시민들의 도움으로 버스를 탄 김씨는 속상한 표정을 지었다.
김씨의 버스탑승기는 시각장애인들이 버스를 탈 때 겪는 문제를 고스란히 보여준다. 경기연구원의 보고서는 “시각장애인이 버스정류소에 진입하는 버스의 노선번호를 스스로 확인하기는 거의 불가능하다”며 “탑승하고자 하는 버스의 노선번호를 확인하는 방법은 탑승 전 버스 운전기사에게 물어보거나 주변 사람들에게 도움을 청하는 방법뿐인데 버스가 여러대 동시 진입하는 바쁘고 큰 버스정류소에서는 이마저도 쉽지 않아 버스를 놓치는 일이 다반사”라고 지적했다. 김씨가 환승을 했던 정류장도 버스가 여러대 진입하는 큰 정류장이었다.
영상에서 김씨는 좌석을 파악하거나 하차 정보를 확인하는데 어려움을 겪는데, 보고서는 “탑승 후 어떤 좌석이 비었는지 파악하기 어렵기 때문에 대부분의 시각장애인은 서서 가는 것을 선택한다”고 했다.
경기도는 경기연구원 보고서의 제언을 반영해 지난해 9월 버스 안 교통카드 단말기 위치를 표준화하는 사업을 추진한다고 밝힌 바 있다. 차량마다 제각각인 교통카드 단말기의 위치와 높이를 표준화해 시각장애인들의 쉬운 접근을 보장하겠다는 것이다. 보고서는 장기적으로 시각장애인 자신의 스마트폰에서 승하차 정류소 정보·운행 시간·도착예정시간을 확인할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하고, 태그리스페이(비접촉 결제) 시스템의 도입이 필요하다고 짚었다.
한편, 지난 4월19일 시각장애인 3명과 청각장애인 2명, 지체·뇌병변장애인 3명 총 8명의 장애인은 지자체장 8명(서울시, 서울 종로구·중구, 경기도, 김포시, 광주시, 광주 남구·북구)을 상대로 버스정류장 이용에 대한 장애인차별구제 청구소송을 서울중앙지법에 냈다. 이들은 지자체의 버스정류장이 장애인 편의시설 설치 기준을 준수하지 않아 차별 행위에 해당한다며 편의시설 설치를 촉구했다.
이승준 기자 gamja@hani.co.kr
시각장애인들에게 이용하기 가장 어려운 대중교통 수단은 버스다. 2019년 11월 한국시각장애대학생회장이라고 밝힌 시각장애인은 ‘시각장애인도 버스를 탈 수 있게 해주세요’라는 청원을 당시 청와대 국민청원 누리집에 올렸다. 그는 “중도 전맹 시각장애인이 된 후 가장 접근하기 불편했던 것이 대표 이동 수단 중 한 가지인 버스였다. 135명의 시각장애인을 대상으로 진행한 설문조사 중 전맹 시각장애인의 82% 역시 가장 이용하기 어려운 교통수단으로 버스를 꼽았다”고 했다.
지난해 7월 경기연구원이 펴낸 ‘교통복지 사각지대에 방치된 시각장애인 이동편의’ 보고서가 인용한 디지털시각장애연대의 설문조사(장애인 252명 2019년 9~10월 조사. 응답자 가운데 46.5%가 시각장애인) 결과를 봐도 과반수가 가장 불편한 대중교통으로 버스를 꼽았다.
구독자 64만명을 보유한 시각장애 유튜버 ‘원샷한솔’ 김한솔씨가 자신의 유튜브 채널에 최근 올린 버스탑승기 영상에서도 시각장애인이 버스를 이용하는데 겪는 문제들이 고스란히 드러나 관심을 모은다. 버스 노선 번호부터 하차벨 위치까지 확인하는데 어려움을 겪는 시각장애인에게 현재의 버스는 매우 불편한 교통수단이라는 사실이 영상을 통해 드러난다.
큰어머니의 심부름을 위해 케인(시각장애인용 지팡이)을 들고 거리로 나선 김씨의 목적지는 경기도 오산시의 한 전통시장이었다. 경기도 버스를 처음 타봤다는 그는 혼자서 할 수 있는지 보여주는 것이기 때문에 촬영 스태프의 도움을 받지 않고 버스를 타기로 했다. 그는 “버스가 오는 걸 어떻게 아느냐”는 질문에 “버스 소리를 잘 들어야 한다. 버스 엔진 소리는 다르다. 문 열리는 소리가 들리면 비장의 무기 ‘물어보기’를 할 것”이라고 정류장으로 향했다.
정류장에 도착했지만 물어볼 사람도 없어 난감해하던 그는 차가 올 때마다 귀를 기울이며 불안한 자세로 버스를 기다렸다. 곧 버스가 도착했고 김씨는 자신이 시각장애인임을 밝히고 버스 번호를 물었고, 버스 기사는 친절하게 응대했다. 김씨가 하차벨을 누르자, 버스기사는 “천천히 내리세요. 타시는 것도 대단하다”며 김씨의 하차를 지켜봤다.
문제는 버스를 갈아타면서 시작됐다. 점자블록이 없는 거리에서 길을 헤매고, 주변의 도움으로 다시 버스정류장을 찾았다. 도착한 버스는 앞에 선 김씨에게 문을 열지 않고 출발했다. 또 다른 버스는 ‘전통시장을 가는 버스냐’는 김씨의 질문에 부정의 뜻으로 손을 절레절레 흔들었고, 이걸 보지 못한 김씨가 재차 묻자 “안 간다고 하잖아요”라고 언성을 높였다. 버스기사들이 김씨가 시각장애를 가진 것을 인지했는지 여부는 확인되지 않는다. 이후 주변 시민들의 도움으로 버스를 탄 김씨는 속상한 표정을 지었다.
김씨의 버스탑승기는 시각장애인들이 버스를 탈 때 겪는 문제를 고스란히 보여준다. 경기연구원의 보고서는 “시각장애인이 버스정류소에 진입하는 버스의 노선번호를 스스로 확인하기는 거의 불가능하다”며 “탑승하고자 하는 버스의 노선번호를 확인하는 방법은 탑승 전 버스 운전기사에게 물어보거나 주변 사람들에게 도움을 청하는 방법뿐인데 버스가 여러대 동시 진입하는 바쁘고 큰 버스정류소에서는 이마저도 쉽지 않아 버스를 놓치는 일이 다반사”라고 지적했다. 김씨가 환승을 했던 정류장도 버스가 여러대 진입하는 큰 정류장이었다.
영상에서 김씨는 좌석을 파악하거나 하차 정보를 확인하는데 어려움을 겪는데, 보고서는 “탑승 후 어떤 좌석이 비었는지 파악하기 어렵기 때문에 대부분의 시각장애인은 서서 가는 것을 선택한다”고 했다.
경기도는 경기연구원 보고서의 제언을 반영해 지난해 9월 버스 안 교통카드 단말기 위치를 표준화하는 사업을 추진한다고 밝힌 바 있다. 차량마다 제각각인 교통카드 단말기의 위치와 높이를 표준화해 시각장애인들의 쉬운 접근을 보장하겠다는 것이다. 보고서는 장기적으로 시각장애인 자신의 스마트폰에서 승하차 정류소 정보·운행 시간·도착예정시간을 확인할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하고, 태그리스페이(비접촉 결제) 시스템의 도입이 필요하다고 짚었다.
한편, 지난 4월19일 시각장애인 3명과 청각장애인 2명, 지체·뇌병변장애인 3명 총 8명의 장애인은 지자체장 8명(서울시, 서울 종로구·중구, 경기도, 김포시, 광주시, 광주 남구·북구)을 상대로 버스정류장 이용에 대한 장애인차별구제 청구소송을 서울중앙지법에 냈다. 이들은 지자체의 버스정류장이 장애인 편의시설 설치 기준을 준수하지 않아 차별 행위에 해당한다며 편의시설 설치를 촉구했다.
이승준 기자 gamj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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