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우 속 열린 ‘자립왕 시상식’… “장애인의 자립이 특별하지 않은 사회 만들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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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최고관리자 작성일 24-10-28 10:47 조회 70회 댓글 0건본문
한자협, 21주년 맞아 제12대 자립왕 시상식 진행
10개 지역 12명의 장애인, 자립왕 수상
“두려웠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립’”
“함께 탈시설해 지역사회에서 같이 살자”
국회의사당 앞, 하늘에 구멍이 뚫린 듯 비가 쏟아진다. 어두운 하늘과는 대비되게 무대 위의 사람들은 활짝 웃음을 짓고 상패를 받아 든다. 무대 아래 사람들은 그들에게 힘껏 박수와 함성을 보낸다. 꽃다발과 축하 메시지가 적힌 플래카드를 들고 무대 위로 올라가는 사람들도 있다. 기념사진도 잊지 않고 찍는다.
18일 오후 2시, ‘제12대 자립왕 시상식’이 여의도 이룸센터 앞 의사당대로에서 열렸다. 한국장애인자립생활센터협의회(아래 한자협)는 매년 창립기념일을 맞아 탈시설·자립생활 권리를 위해 왕성하게 활동하는 장애인에게 ‘자립왕상’을 수여하고 있다. 과거 장애인거주시설에서 탈시설하거나 재가장애인이었다가 독립해 현재 자립생활을 하고 있는 장애인들이 수상 대상자다. 올해 21주년을 맞은 한자협은 전국 10개 광역협의회의 심의를 거쳐 12명의 ‘12대 자립왕’을 선정했다.
수상자는 △이은혜 경기도 김포장애인자립생활센터 △조정미 경기도 상록수장애인자립생활센터 △방노아 경상남도 경상남도장애인자립생활지원센터 △최재영 광주광역시 어울림장애인자립생활센터 △홍정수 대구광역시 대구사람장애인자립생활센터 △김한철 부산광역시 함세상장애인자립생활센터 △황영수 서울특별시 성동장애인자립생활센터 △박현철 서울특별시 피플퍼스트서울센터 △김미영 인천광역시 미추홀장애인자립생활센터 △김애희 전라남도 나주변화장애인자립생활센터센터 △송경순 전라북도 세움장애인자립생활지원센터 △김훈재 충청북도 옥천장애인자립생활센터 등 장애인 활동가들이다.
- “두려웠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립’”
경남센터의 방노아 활동가는 6살에 장애인거주시설에 입소하여 20년 동안 시설에 살았다. 그러다 자립을 하게 된 같은 시설 동료를 보며 자립을 꿈꾸게 됐다. 방 활동가는 “당시에 원장에게 탈시설을 이야기하면 ‘노아 너는 안된다’고 말했다. 나가서 자립생활에 적응하지 못하고 다신 시설에 들어올 수 없다고 겁을 주었다”고 전했다.
그러나 그는 자립에 대한 의지를 굽히지 않았다. 주위 장애인들에게 자립에 대한 상담을 받기 시작했고 그러다 장애인자립생활센터를 알게 됐다. 계속되는 시설의 으름장에 두렵기도 했지만 2022년, 방 활동가는 마침내 자립을 해냈다. 방 활동가는 자립왕 시상식에서 “경남센터에서 일하며 돈을 모아 내 이름으로 집도 구했다. 자립왕을 수상하기까지 많은 선생님이 도움을 주었다. 감사하다”고 마음을 전했다.
함세상센터의 김한철 활동가는 한껏 들뜬 목소리로 “상을 받게 돼서, 서울 구경도 많이 하게 돼서 감사하다”며 기쁜 마음을 전했다. 홍정수 대구사람센터 활동가는 “생각보다 비가 많이 오는데, 상을 받는 덕분에 시원하다는 느낌이 든다. 앞으로 더 열심히 활동하겠다”고 소감을 밝혔다.
- 동료 장애인들에게도 한마디… “탈시설해서 지역에서 함께 살 수 있다”
조정미 활동가는 상록수센터에서 권리중심 중증장애인 맞춤형 공공일자리 노동자로 일하고 있다. 조 활동가는 시설에 있는 동료 장애인들에게 하고 싶은 말을 전했다. 그는 “동료 장애인들에게 ‘탈시설해서 지역에서 같이 살 수 있다’는 말을 하고 싶다. 나도 처음에는 어떻게 시설에서 나와야 하는지, 나와서는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 잘 몰라서 무서웠다. 하지만 지금은 잘 살고 있다”며 “앞으로 장애인들이 탈시설할 수 있도록 열심히 투쟁하겠다”고 이야기했다. 김훈재 옥천센터 활동가도 “탈시설해서 좋고 친구들도 모두 자립했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전했다.
언어장애가 있는 성동센터의 황영수 활동가는 AAC(보완대체의사소통)로 소감을 전했다. “탈시설을 하고 혼자 생활하는 것이 때로는 힘들고 막막할 때가 있다. 하지만 그 속에서도 배움이 있다. 작은 문제를 스스로 해결해 나가며 자신감이 생기고 또다시 도전할 수 있는 용기를 얻는다. 자립왕상을 수상하게 해주셔서 감사하다”고 전했다. 미추홀센터에서 온 김미영 활동가는 “자립왕상을 타서 너무 기쁘다. 더 열심히 하라는 것으로 알고 노력하겠다”고 다짐하기도 했다.
- “중증장애인의 자립이 특별하지 않은 사회 만들 것”
나주변화센터의 김애희 활동가는 장애인 인식 개선 활동을 하고 있다. 김 활동가는 “자립왕에 뽑히게 된 것을 감사하게 생각한다. 그러나 장애인의 자립이 자랑스러운 일이고 ‘인간 승리’인 것으로 여겨지는 현실은 안타깝다”며 “장애인 인식 개선 활동을 더 열심히 해 중증장애인의 자립도 특별하지 않은 사회를 만들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세움센터에서 온 송경순 활동가는 씩씩하게 마이크를 건네받아 발언을 이어갔다. 송 활동가는 “아파트에서 활동지원을 받으며 직장생활, 야간 문화활동을 하며 자립생활을 실천하고 있다. 자립생활을 실천하다 보니 이렇게 자립왕이라는 상까지 받게 되어 너무 기쁘다. 동료들과 이 기쁨을 함께 나누고 싶다”고 큰 소리로 말했다.
피플퍼스트서울센터의 박현철 활동가는 부모님과 같이 살던 재가장애인이었다가 자립을 한 발달장애인이다. 박 활동가는 “탈시설한 장애인뿐만 아니라 부모님과 같이 살다가 자립한 발달장애인들의 이야기를 할 수 있어 좋다. 감사하다”고 이야기했다. 파리 패럴림픽 특사단으로도 파견됐었던 이은혜 김포센터 활동가는 “탈시설한 지 1년 8개월이 됐는데 이렇게 자립왕상을 주셔서 감사하다”고 짧고 굵은 소감을 전했다.
“당당하게 자립의 길을 걸어온 당신은 그 자체만으로 큰 감동과 힘입니다. 아름다운 길을 만들어 나가는 든든한 동지로서 오래도록 함께 하겠습니다.” 자립왕 상패에 적혀있는 문구다. 제12대 자립왕 시상식은 굵은 빗속에서도 웃음과 박수가 끊이지 않은 채 마무리됐다. 한 자립왕이 말했듯, 중증장애인의 자립이 ‘특별한 일’이 아닌 당연한 권리로 인식되는 날까지 한자협, 그리고 자립왕과 그들의 ‘동지’들은 또 다른 ‘아름다운 길’을 만들어 나갈 것이다.
10개 지역 12명의 장애인, 자립왕 수상
“두려웠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립’”
“함께 탈시설해 지역사회에서 같이 살자”
국회의사당 앞, 하늘에 구멍이 뚫린 듯 비가 쏟아진다. 어두운 하늘과는 대비되게 무대 위의 사람들은 활짝 웃음을 짓고 상패를 받아 든다. 무대 아래 사람들은 그들에게 힘껏 박수와 함성을 보낸다. 꽃다발과 축하 메시지가 적힌 플래카드를 들고 무대 위로 올라가는 사람들도 있다. 기념사진도 잊지 않고 찍는다.
18일 오후 2시, ‘제12대 자립왕 시상식’이 여의도 이룸센터 앞 의사당대로에서 열렸다. 한국장애인자립생활센터협의회(아래 한자협)는 매년 창립기념일을 맞아 탈시설·자립생활 권리를 위해 왕성하게 활동하는 장애인에게 ‘자립왕상’을 수여하고 있다. 과거 장애인거주시설에서 탈시설하거나 재가장애인이었다가 독립해 현재 자립생활을 하고 있는 장애인들이 수상 대상자다. 올해 21주년을 맞은 한자협은 전국 10개 광역협의회의 심의를 거쳐 12명의 ‘12대 자립왕’을 선정했다.
수상자는 △이은혜 경기도 김포장애인자립생활센터 △조정미 경기도 상록수장애인자립생활센터 △방노아 경상남도 경상남도장애인자립생활지원센터 △최재영 광주광역시 어울림장애인자립생활센터 △홍정수 대구광역시 대구사람장애인자립생활센터 △김한철 부산광역시 함세상장애인자립생활센터 △황영수 서울특별시 성동장애인자립생활센터 △박현철 서울특별시 피플퍼스트서울센터 △김미영 인천광역시 미추홀장애인자립생활센터 △김애희 전라남도 나주변화장애인자립생활센터센터 △송경순 전라북도 세움장애인자립생활지원센터 △김훈재 충청북도 옥천장애인자립생활센터 등 장애인 활동가들이다.
- “두려웠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립’”
경남센터의 방노아 활동가는 6살에 장애인거주시설에 입소하여 20년 동안 시설에 살았다. 그러다 자립을 하게 된 같은 시설 동료를 보며 자립을 꿈꾸게 됐다. 방 활동가는 “당시에 원장에게 탈시설을 이야기하면 ‘노아 너는 안된다’고 말했다. 나가서 자립생활에 적응하지 못하고 다신 시설에 들어올 수 없다고 겁을 주었다”고 전했다.
그러나 그는 자립에 대한 의지를 굽히지 않았다. 주위 장애인들에게 자립에 대한 상담을 받기 시작했고 그러다 장애인자립생활센터를 알게 됐다. 계속되는 시설의 으름장에 두렵기도 했지만 2022년, 방 활동가는 마침내 자립을 해냈다. 방 활동가는 자립왕 시상식에서 “경남센터에서 일하며 돈을 모아 내 이름으로 집도 구했다. 자립왕을 수상하기까지 많은 선생님이 도움을 주었다. 감사하다”고 마음을 전했다.
함세상센터의 김한철 활동가는 한껏 들뜬 목소리로 “상을 받게 돼서, 서울 구경도 많이 하게 돼서 감사하다”며 기쁜 마음을 전했다. 홍정수 대구사람센터 활동가는 “생각보다 비가 많이 오는데, 상을 받는 덕분에 시원하다는 느낌이 든다. 앞으로 더 열심히 활동하겠다”고 소감을 밝혔다.
- 동료 장애인들에게도 한마디… “탈시설해서 지역에서 함께 살 수 있다”
조정미 활동가는 상록수센터에서 권리중심 중증장애인 맞춤형 공공일자리 노동자로 일하고 있다. 조 활동가는 시설에 있는 동료 장애인들에게 하고 싶은 말을 전했다. 그는 “동료 장애인들에게 ‘탈시설해서 지역에서 같이 살 수 있다’는 말을 하고 싶다. 나도 처음에는 어떻게 시설에서 나와야 하는지, 나와서는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 잘 몰라서 무서웠다. 하지만 지금은 잘 살고 있다”며 “앞으로 장애인들이 탈시설할 수 있도록 열심히 투쟁하겠다”고 이야기했다. 김훈재 옥천센터 활동가도 “탈시설해서 좋고 친구들도 모두 자립했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전했다.
언어장애가 있는 성동센터의 황영수 활동가는 AAC(보완대체의사소통)로 소감을 전했다. “탈시설을 하고 혼자 생활하는 것이 때로는 힘들고 막막할 때가 있다. 하지만 그 속에서도 배움이 있다. 작은 문제를 스스로 해결해 나가며 자신감이 생기고 또다시 도전할 수 있는 용기를 얻는다. 자립왕상을 수상하게 해주셔서 감사하다”고 전했다. 미추홀센터에서 온 김미영 활동가는 “자립왕상을 타서 너무 기쁘다. 더 열심히 하라는 것으로 알고 노력하겠다”고 다짐하기도 했다.
- “중증장애인의 자립이 특별하지 않은 사회 만들 것”
나주변화센터의 김애희 활동가는 장애인 인식 개선 활동을 하고 있다. 김 활동가는 “자립왕에 뽑히게 된 것을 감사하게 생각한다. 그러나 장애인의 자립이 자랑스러운 일이고 ‘인간 승리’인 것으로 여겨지는 현실은 안타깝다”며 “장애인 인식 개선 활동을 더 열심히 해 중증장애인의 자립도 특별하지 않은 사회를 만들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세움센터에서 온 송경순 활동가는 씩씩하게 마이크를 건네받아 발언을 이어갔다. 송 활동가는 “아파트에서 활동지원을 받으며 직장생활, 야간 문화활동을 하며 자립생활을 실천하고 있다. 자립생활을 실천하다 보니 이렇게 자립왕이라는 상까지 받게 되어 너무 기쁘다. 동료들과 이 기쁨을 함께 나누고 싶다”고 큰 소리로 말했다.
피플퍼스트서울센터의 박현철 활동가는 부모님과 같이 살던 재가장애인이었다가 자립을 한 발달장애인이다. 박 활동가는 “탈시설한 장애인뿐만 아니라 부모님과 같이 살다가 자립한 발달장애인들의 이야기를 할 수 있어 좋다. 감사하다”고 이야기했다. 파리 패럴림픽 특사단으로도 파견됐었던 이은혜 김포센터 활동가는 “탈시설한 지 1년 8개월이 됐는데 이렇게 자립왕상을 주셔서 감사하다”고 짧고 굵은 소감을 전했다.
“당당하게 자립의 길을 걸어온 당신은 그 자체만으로 큰 감동과 힘입니다. 아름다운 길을 만들어 나가는 든든한 동지로서 오래도록 함께 하겠습니다.” 자립왕 상패에 적혀있는 문구다. 제12대 자립왕 시상식은 굵은 빗속에서도 웃음과 박수가 끊이지 않은 채 마무리됐다. 한 자립왕이 말했듯, 중증장애인의 자립이 ‘특별한 일’이 아닌 당연한 권리로 인식되는 날까지 한자협, 그리고 자립왕과 그들의 ‘동지’들은 또 다른 ‘아름다운 길’을 만들어 나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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