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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각장애인도 음악을 감상할 수 있다… AI 통한 '감각의 확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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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최고관리자 작성일 24-05-22 16:50 조회 324회 댓글 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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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험실에서 만든 합성 다이아몬드인 랩 그로운 다이아몬드(Lab Grown Diamond)는 전문가도 구분이 어려울 정도로 진짜 다이아몬드와 다르지 않다. 과학자들의 노력으로 한국도 랩 그로운 다이아몬드 생산국이 됐다. 희귀성과 세공 기술 등에 기반해 보석의 가치와 가격을 판단하던 시장은 앞으로 어떻게 반응할까. 그런가 하면 독일 과학자들은 베토벤의 작곡 구조를 분석해 스케치만 남아 있던 교향곡 10번의 악보를 완성하고 공연도 했다. 이 곡에 청중이 감동했다면 이 곡을 베토벤 작품 목록에 포함시킬 수 있을까. 이 음악의 가치도 음악 시장이 결정할 문제일까.

한국의 많은 연구소에서도 여러 작곡가들의 미완 작품을 인공지능(AI)이 완성하고 연주한 무대를 선보여 왔다. 생성형 AI를 사용한 사람과 기술 간의 의미 있는 협업 작품들도 다수 등장했다. 하지만 이런 무대를 볼 때마다 감상의 끝은 늘 공허했다. 실존 음악가만의 고유함, 창작 과정에서 겪어야 했던 인간적 고민과 서사가 빠지니 곱십어 감상하고 공감할 여지가 없었다. 실험실에서 만든 랩 그로운 다이아몬드와 자연의 풍파를 견뎌 낸 자연 광물 다이아몬드의 물질적 가치는 과연 같을까. 하물며 AI와 비상업적 음악 간의 접점은 감정적으로 수용하기가 어렵다.

사회 전 분야에서 기술이 인간 고유의 창작 영역을 대체하는 일에 대한 막연한 두려움과 거부감이 커지고 있다. 그런데 음악과 AI 기술 연구의 범위는 인간 창작자들이 위기감을 느끼는 작업 이상의 심오하고 흥미로운 범위를 포함한다. 음악 관련 AI 연구자들의 지적 호기심은 인간의 부족한 부분을 기술이 채워 주고, 감각을 확장하고, 이롭게 하려는 인류애적 시각에서 출발한다. 소리의 기록과 표현 형태를 발전시키는 것, 선택적으로 들어 왔던 듣기 감각을 확장시키는 것이 대표적이다. 나아가 청각 기능을 잃게 되었을 때 기술은 그 감각을 어떻게 보완해 예술적으로 소리를 즐길 수 있는 영역으로 나아갈 것인가의 고민도 포함하고 있다. 예술의 사회적 역할에 관심을 갖고 융합예술 프로그램 기획자로 활동해 온 미디어 창작그룹 테크캡슐의 이다영 프로듀서는 "최신 기술이 예술에 ‘끼어든다'고 말하는 이들도 있는데 이는 비장애인의 시선으로만 바라본 것이다. 어떤 이에게는 그 기술로 인해 새로운 세상이 열릴 수 있고, 심지어 누구나 나이가 들면서 신체적 장애가 생길 수 있기 때문에, 주류인 비장애인의 시선으로만 판단하지 말았으면 하는 마음이 있다"고 했다.

작곡가 이원우(WONWOORI)는 인공 와우(蝸牛·달팽이관)를 사용하는 청각 장애인을 위한 전자 악기 개발, 시각 장애인을 위한 합주용 보조 장치 활용 연구를 해 왔다. 의사들은 인공 와우 사용자들에게 음악 감상을 권유하지만, 이들이 소리를 수월하게 받아들일 수 있는지 기준이나 음악 목록도 아직 없다. 잔존 청력이 매우 약한 사람들은 말이나 음악에서 음정 간의 높이와 음의 길이, 잔향에 따라 주파수 성분을 구분해 듣는다. 음정이 뭉개져 들리지 않도록 음의 길이가 짧은 타악기 같은 음형이 더 잘 들리고, 음의 잔향은 주파수의 복잡성을 가중시키기 때문에 담백하고 드라이한 연주가 더 좋다. 음정 간 간격은 5도 정도 돼야 구분할 수 있다. 일반적으로 장화음은 긍정적이고 단화음은 부정적인 무드를 알리는데, 인공 와우 사용자들은 이 무드를 결정하는 3음의 위치를 명확하게 구분하지 못한다. 감정선을 알리는 중간음이 잘 전달되지 않아 건청인과는 다른 느낌의 음악을 듣는 것이다.

베토벤이 인류애를 노래한 9번 교향곡을 썼을 당시, 청력이 완전 소실된 것은 아니었다고 한다. 만약 그가 인공 와우 사용자였다면 10번 교향곡도 무리 없이 완성할 수 있었을까. 아니면 중간 3음을 잘 듣지 못하는 청력자들을 위해 특별한 곡을 쓰고, 어떤 방식으로 연주해야만 잘 들릴 수 있다고 악상 표기도 상세하게 써 줄 수 있었을까. 일반적인 음악회는 건청인을 위한 것이지만, AI를 활용한 인공 와우 사용자를 위한 악보가 탄생하고 그 악보를 연주하는 특별 음악회를 상상해 본다. 음악이라는 콘텐츠를 통해 같은 세상 아래에서 각자 어떤 소리를 듣고 사는지, 그 차이가 확연하게 구분되는 계기가 되지 않을까. 잘 들을 수 있어 감사하고, 듣게 해 줘 감사할 수 있는 자리가 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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