휠체어는 찍지 않는 ‘네 컷 사진’…MZ 장애인 가로막는 문턱들
페이지 정보
작성자 최고관리자 작성일 23-12-11 16:06 조회 365회 댓글 0건본문
“왜 안 찍히지?”
한 네 컷 사진 포토부스 카메라 앞에서 위유진씨(23)가 의아하다는 듯 말했다. 필요한 순서에 따라 차근차근 버튼을 눌렀고, 마지막 단계까지 왔지만 촬영이 되지 않았다.
문제는 타이머였다. 시중의 포토부스는 보통 카메라가 사람을 인식한 뒤 타이머가 작동해 자동으로 사진을 찍는다. 그러나 카메라에는 위씨의 이마조차 잡히지 않았다. 위씨는 전동휠체어로 이동하는 지체장애인이다. 전동휠체어에 탄 위씨의 앉은키는 122cm. 타이머는 작동하지 않았다.
최근 MZ 세대에게 ‘밥, 카페, 그리고 네 컷 사진’은 ‘만남의 필수 코스’가 됐다. 하지만 휠체어를 탄 장애인에게 대부분의 포토부스는 접근조차 어려운 곳이다. 지난 10월26일 경향신문이 위씨와 함께 서울 종로구 혜화역 4번 출구 200m 반경 포토부스 9곳을 찾았다.
한 점포 입구에 들어서려하자 휠체어 바퀴가 턱에 걸렸다. 위씨는 “이런 곳은 못 올라간다”고 담담히 말했다. 이 점포를 포함해 경사로가 없는 곳이 모두 여섯 곳이었다. 이 중 네 곳은 2개 이상 턱이 있어 동행인이 휠체어를 밀어도 안으로 들어갈 수 없었다. 나머지 두 곳에서는 휠체어 앞을 잡고 당겨야 겨우 점포 안으로 들어갈 수 있었다. 문턱을 지나면 문이 막는 곳도 있었다. 여닫이 방식의 유리문은 누군가 열어주지 않으면 휠체어가 들어갈 수 없었다.
점포에 들어간다고 끝난 게 아니었다. 사진찍는 기계가 있는 부스는 가로폭 60cm 휠체어가 들어갈 정도로 넓지 않았다. 간신히 부스에 들어가더라도 촬영용 발 받침대 때문에 위씨는 휠체어를 돌리거나 움직이지 못했다.
“늘 비싼 프레임을 골라야 해요.” 가로 프레임을 선택하면 화면에 얼굴이 잘려 나오거나 안 나오기 때문에 위씨는 1000원 더 비싼 세로 프레임을 선택해야 했다. 위씨는 “세로 프레임을 선택하면 딱 얼굴까지만 나온다. 점포에 따라 이마까지 나올 때도 있다. 같은 점포라도 부스마다 다르게 나온다”고 했다. 최근 유행하는 ‘하이앵글 포토부스(카메라가 부스의 위쪽에 달린 부스)’는 여닫이문으로 돼 있어 휠체어가 들어가기 어려웠다.
위씨는 자신이 발굴한 근처의 포토부스를 소개했다. 경사로가 있고 위씨 앉은키에 맞는 거울이 마련된 곳이었다. ‘와이드샷(카메라가 더 넓은 범위를 찍는 사진)’ 옵션을 선택하자 위씨의 얼굴과 상체가 사진에 담겼다.
위씨는 “친구들과 함께 (부스에) 들어갔다가 얼굴이 안 나오는 경우도 있었다”며 “친한 친구들은 웃고 넘기지만 만난 지 얼마 안 된 사람들과 가면 그들이 되레 당황하기도 한다”고 말했다. 위씨는 “지도 앱에서 가게 내외부 턱이 있는지 확인하고, 애매하면 거리뷰를 확인한다. 내부가 얼마나 좁은지 파악하기 위해 전화를 할 때도 있다”고 설명했다.
MZ 세대가 자주 즐기는 부스 형태 문화 공간인 ‘코인노래방’도 접근성이 떨어지긴 마찬가지였다. 혜화역 인근 코인노래방 세 곳에선 계단 때문에 위씨는 점포 앞까지도 이르지 못했다.
휠체어를 이용하는 장애인들은 비슷한 경험을 토로했다. 지체장애인 유지민양(17)은 “포토부스를 마지막으로 이용한 게 3년 전”이라며 “휠체어 손잡이를 잡고 최대한 몸을 일으켜서 찍어도 정수리밖에 안 나왔다”고 했다. 유씨는 “모든 장애인들은 MBTI가 J(계획형의 성격)로 끝날 것”이라며 “계획하지 않으면 길거리에서 할 수 있는 게 없다”고 했다.
네 컷 사진, 코인노래방 등 10~20대가 ‘필수 놀이코스’로 찾는 여가생활 공간의 배리어프리(장애인과 비장애인의 장벽을 허무는 일)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전문가들은 오락·문화 시설이 휠체어 접근성을 보장하지 않은 탓에 장애인이 문화생활 접근권을 박탈당하고 사회적으로 고립된다고 말한다. 서원선 한국장애인개발원 부연구위원은 “문화접근권이 보장되지 않으면 장애인이 갈 곳이 없고 할 만한 게 없어 지역 사회에서 고립이 되기 쉽다”며 “사회생활 차단은 결국 우울감과 같은 심리적 문제와 연결된다”고 지적했다.
배리어프리 조성을 위해 제도적 장치가 보완돼야 한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장애인등편의법은 장애인이 ‘최대한 편리한 방법으로 최단 거리로 이동’할 수 있도록 공중이용시설 관리인이 편의시설을 설치해야 한다고 규정한다. 다만 이 규정은 지난해 5월 법이 발효된 이후 신축·증축·개축된 건물에만 적용된다. 홍윤희 협동조합 무의 이사장은 “여전히 예외가 적용되는 건물이 있다”며 “상당수 매장에 의무를 면제해 건물주들이 법을 따르지 않는 것”이라고 했다.
문화진 청년중심장애인자립지원센터 대표는 “설치 대상이 되지 않는 소규모 점포나 옛날에 만들어진 건물에도 법 적용이 확대돼야 한다”면서 “정부·지방자치단체 차원의 편의시설 설치 지원도 있어야 한다”고 했다.
한 네 컷 사진 포토부스 카메라 앞에서 위유진씨(23)가 의아하다는 듯 말했다. 필요한 순서에 따라 차근차근 버튼을 눌렀고, 마지막 단계까지 왔지만 촬영이 되지 않았다.
문제는 타이머였다. 시중의 포토부스는 보통 카메라가 사람을 인식한 뒤 타이머가 작동해 자동으로 사진을 찍는다. 그러나 카메라에는 위씨의 이마조차 잡히지 않았다. 위씨는 전동휠체어로 이동하는 지체장애인이다. 전동휠체어에 탄 위씨의 앉은키는 122cm. 타이머는 작동하지 않았다.
최근 MZ 세대에게 ‘밥, 카페, 그리고 네 컷 사진’은 ‘만남의 필수 코스’가 됐다. 하지만 휠체어를 탄 장애인에게 대부분의 포토부스는 접근조차 어려운 곳이다. 지난 10월26일 경향신문이 위씨와 함께 서울 종로구 혜화역 4번 출구 200m 반경 포토부스 9곳을 찾았다.
한 점포 입구에 들어서려하자 휠체어 바퀴가 턱에 걸렸다. 위씨는 “이런 곳은 못 올라간다”고 담담히 말했다. 이 점포를 포함해 경사로가 없는 곳이 모두 여섯 곳이었다. 이 중 네 곳은 2개 이상 턱이 있어 동행인이 휠체어를 밀어도 안으로 들어갈 수 없었다. 나머지 두 곳에서는 휠체어 앞을 잡고 당겨야 겨우 점포 안으로 들어갈 수 있었다. 문턱을 지나면 문이 막는 곳도 있었다. 여닫이 방식의 유리문은 누군가 열어주지 않으면 휠체어가 들어갈 수 없었다.
점포에 들어간다고 끝난 게 아니었다. 사진찍는 기계가 있는 부스는 가로폭 60cm 휠체어가 들어갈 정도로 넓지 않았다. 간신히 부스에 들어가더라도 촬영용 발 받침대 때문에 위씨는 휠체어를 돌리거나 움직이지 못했다.
“늘 비싼 프레임을 골라야 해요.” 가로 프레임을 선택하면 화면에 얼굴이 잘려 나오거나 안 나오기 때문에 위씨는 1000원 더 비싼 세로 프레임을 선택해야 했다. 위씨는 “세로 프레임을 선택하면 딱 얼굴까지만 나온다. 점포에 따라 이마까지 나올 때도 있다. 같은 점포라도 부스마다 다르게 나온다”고 했다. 최근 유행하는 ‘하이앵글 포토부스(카메라가 부스의 위쪽에 달린 부스)’는 여닫이문으로 돼 있어 휠체어가 들어가기 어려웠다.
위씨는 자신이 발굴한 근처의 포토부스를 소개했다. 경사로가 있고 위씨 앉은키에 맞는 거울이 마련된 곳이었다. ‘와이드샷(카메라가 더 넓은 범위를 찍는 사진)’ 옵션을 선택하자 위씨의 얼굴과 상체가 사진에 담겼다.
위씨는 “친구들과 함께 (부스에) 들어갔다가 얼굴이 안 나오는 경우도 있었다”며 “친한 친구들은 웃고 넘기지만 만난 지 얼마 안 된 사람들과 가면 그들이 되레 당황하기도 한다”고 말했다. 위씨는 “지도 앱에서 가게 내외부 턱이 있는지 확인하고, 애매하면 거리뷰를 확인한다. 내부가 얼마나 좁은지 파악하기 위해 전화를 할 때도 있다”고 설명했다.
MZ 세대가 자주 즐기는 부스 형태 문화 공간인 ‘코인노래방’도 접근성이 떨어지긴 마찬가지였다. 혜화역 인근 코인노래방 세 곳에선 계단 때문에 위씨는 점포 앞까지도 이르지 못했다.
휠체어를 이용하는 장애인들은 비슷한 경험을 토로했다. 지체장애인 유지민양(17)은 “포토부스를 마지막으로 이용한 게 3년 전”이라며 “휠체어 손잡이를 잡고 최대한 몸을 일으켜서 찍어도 정수리밖에 안 나왔다”고 했다. 유씨는 “모든 장애인들은 MBTI가 J(계획형의 성격)로 끝날 것”이라며 “계획하지 않으면 길거리에서 할 수 있는 게 없다”고 했다.
네 컷 사진, 코인노래방 등 10~20대가 ‘필수 놀이코스’로 찾는 여가생활 공간의 배리어프리(장애인과 비장애인의 장벽을 허무는 일)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전문가들은 오락·문화 시설이 휠체어 접근성을 보장하지 않은 탓에 장애인이 문화생활 접근권을 박탈당하고 사회적으로 고립된다고 말한다. 서원선 한국장애인개발원 부연구위원은 “문화접근권이 보장되지 않으면 장애인이 갈 곳이 없고 할 만한 게 없어 지역 사회에서 고립이 되기 쉽다”며 “사회생활 차단은 결국 우울감과 같은 심리적 문제와 연결된다”고 지적했다.
배리어프리 조성을 위해 제도적 장치가 보완돼야 한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장애인등편의법은 장애인이 ‘최대한 편리한 방법으로 최단 거리로 이동’할 수 있도록 공중이용시설 관리인이 편의시설을 설치해야 한다고 규정한다. 다만 이 규정은 지난해 5월 법이 발효된 이후 신축·증축·개축된 건물에만 적용된다. 홍윤희 협동조합 무의 이사장은 “여전히 예외가 적용되는 건물이 있다”며 “상당수 매장에 의무를 면제해 건물주들이 법을 따르지 않는 것”이라고 했다.
문화진 청년중심장애인자립지원센터 대표는 “설치 대상이 되지 않는 소규모 점포나 옛날에 만들어진 건물에도 법 적용이 확대돼야 한다”면서 “정부·지방자치단체 차원의 편의시설 설치 지원도 있어야 한다”고 했다.
관련링크
댓글목록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